담쟁이 넝쿨
2023. 3. 28. 22:25ㆍ테마사진
황홀한 가을 연서/호미숙
아,
가을아
차가운 외벽을 활활 태우고 있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핏빛 담쟁이넝쿨
세로 획, 가로 획
흘림체로 써 내려간 가을 연서
연둣빛에서 초록으로
주황에서 빨강으로
오묘한 색의 신비로움으로
조화로움이 황홀하구나
뚝, 뚝
떨어져 흘러내리는
가슴 저리도록
붉은 절규가 아프다.
선명한 대비로
초록과 빨강의 보색
여름과 가을의 교차로
시간이 가로질러 멈춘 곳
벽면을 덮어
무엇을 지우고 싶은 걸까
선을 그려
어떤 의미를 새기고 싶은 걸까
가을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넝쿨 벽화
멈출 수 없는 붓질에
가을이 깊어 간다.
2021년 10월 12일 화정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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