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2023. 3. 26. 15:02ㆍ나의 이야기
타는 목마름으로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서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2022년 5월9일 그제 한국영화계의 큰 별 강수연 씨가 가고
어제는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의 김지하 선생도 갔다.
"씨받이" "아재아재 바라아재"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을 보면서
함께웃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민주주의를 외치며
자유를 외치지 않았던가?
오늘 하루만이라도
나는
선생의 노래를 듣고싶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2년 05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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