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당신

2023. 3. 28. 23:29꽃 식물 이야기

접시꽃 당신

 

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 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 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덩을 덮은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도종환/접시꽃 당신 중에서 ... 

 

2021년 07월 05일 화정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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